본 연구는 도시 중산층 가정의 초등학생 아동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건강 관리와 이와 관련한 생활 규범을 탐구하는 문화기술지 연구이다. 어느 시기에 일정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것을 표준으로 설정한 신체 측정 기준에 따라,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의료적으로 계획된다. 연구는 오늘날 이러한 형태로 아동 건강이 어머니와 아이 모두에게 마치 ‘숙제’와 같이, 명확한 성취 과업으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연구에서는 도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양육하는 6명의 어머니 및 그들의 자녀를 만나 소통하고, 6개월 간 서울시 소재 키즈카페에서 노동하며, 전문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연수 강좌에 참여한 경험 자료를 담아낸다. 연구에서는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 이루어지는 모성 실천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 토대를 중요하게 살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가장 밀접하게 개입하는 어머니의 역할뿐 아니라, 의료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 양육에 관여하는 더 많은 사회적 조건들을 이야기하고자 여러 곳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도시 중산층 가정의 어머니는 아동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전문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양육을 통해 일상에서 구현해내고 있었다. 이러한 건강 관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 규범과 어긋나는 자녀의 기호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의학적 지식들 간에도 불일치하는 부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필연적인 긴장이 발생한다. 어머니는 자녀의 일상에 생활 규범을 세우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양육을 일방적인 형태의 ‘가스라이팅’으로 언어화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머니가 아동의 건강과 성장에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신속하고 흠결없이 판단해야하는 위치에서 겪는 갈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동의 건강 관리는 아동이 방문하는 다양한 사회 공간에서 연장되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등장한 실내 놀이공간인 ‘키즈카페’를 이용하는 어린이는 놀이기구 이용 규칙과 놀이 방식 등 개별적인 규칙에 따라 놀기를 기대 받는다. 하지만 결국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소비공간의 측면으로서, 키즈카페에서는 어린이를 고객으로 대우하게 되며, 이들의 만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규범에 의해 놀이 규칙들은 세밀하게 조정된다. ‘키즈카페 선생님’이 수행하는 노동의 성격은 일시적인 양육으로서 젠더화된 노동이자, 동시에 허울뿐인 전문성을 표방하는 그림자 노동이다. 다음으로 연구는 성장이 신체 계측을 통해 정상화 되고 질병이 아닌 것에 의료가 개입할 때 발생하는 불안을 분석하였다. 어린이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 및 발달 상황을 측정 받는데, 이를 통해 전문가는 성장에 지장이 있는 상태로서 ‘성조숙증’, ‘저신장’, ‘소아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맞는 생활 규범과 습관을 형성하도록 가정에 요청한다. 그러나 예방의학적 차원에서는 현재 질병으로 규정된 수치에 미치지 않는 어린이일지라도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 위험을 생활 속에서 관리해야하는 어머니와 아이 모두 불안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는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에 ‘필요한 불안’으로 여겨지며, 양육에 있어 더 높은 수준의 의료적 개입을 이끌어낸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성취 목표로서 아동 건강이 의미화되는 사회에서는 양육을 물질적 지원으로만 한정하며, 어린이와 관계 맺는 즐거움보다는 부담으로서의 측면을 부각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연구에서는 이러한 양육 과정에서 어린이의 성장 중 발생하는 신체적 차이들은 의학적으로 규정된 표준치에 맞추어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교정되는데, 생활 규범 설정의 차원에서 이러한 교정이 어린이의 생활 모습을 일원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그동안 한국에서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관리가 아동의 신체와 건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흐름을 포착하고, 이에 관여하는 아동의 역할과 행위자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핵심되는 말: 아동(유년기), 모성 실천, 아동 건강, 생활 습관과 규범, 먹기와 놀기, 키즈카페, 의료화, 조정, 불안

지도교수: 서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