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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사 2011 : 태희원 : 미용성형의로 네트워크의 재구성과 소비자/환자 주체의 형성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미용성형의료 네트워크의 재구성과 소비자/환자 주체의 형성 

    

  주제어 소비자/환자 주체, 미용성형주체, 행위자-네트워크 모델, 페미니즘, 미용성형, 성형수술, 미용성형시장, 미용성형의료 네트워크, 비포/애프터, 신자유주의, 의료화, 정상화, consumer/patient subject, cosmetic surgery subject, actor-network model, feminism, cosmetic surgery, plastic surgery, cosmetic surgery market, cosmetic surgery network, before/after, neoliberalism, medicalization, normalization 


  초록 

이 논문은 미용성형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학습하고 준비하면서 미용성형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환자 주체들의 행위자성을 분석하여 미용성형이 정상화되고 있는 기제를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미용성형시장의 규모는 크게 확장되고 있고, 과거 결핍된 몸의 개선이나 심리적인 치유 등 그 선택을 정당화할 근거가 요구되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미용성형은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얻기 위한 의료서비스의 소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미용성형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상화”된 실천으로 간주되고 있는 변화를 말해준다. 미용성형에 관한 페미니스트 연구들은 미용성형주체를 여성의 사회적 위치, 규범, 자본, 기술 등과의 관련성 속에서 논의함으로써 미용성형을 추동하는 동기와 억압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미용성형을 의료화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기존 논의들이 미용성형시장에 참여하는 여성 주체의 능동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재적 상황을 분석하기 어렵고, 또한 미용성형과 여성주체의 성격이 전통적 의미의 의료 체계나 환자와 다른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분석의 한계를 가진다고 본다.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미용성형주체를 또한 “소비자/환자 주체”라고 명명함으로써 이들이 소비자 정체성의 수행을 통해 미용성형이라는 독특한 의료체계의 ‘환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며, 소비자 정체성과 ‘환자’ 정체성 사이의 불안정한 연결을 안정화하는 실천들을 수행하게 됨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소비자/환자 주체의 역동성을 탐색하기 위해 미용성형시장을 물질적-기호적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로 형상화하여 행위자들의 물질성뿐만 아니라 행위자가 위치한 사회ㆍ문화적인 맥락을 반영하고 네트워크 내부에서 생성되는 비대칭적인 권력의 문제를 해석하고자 하였다.연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비자/환자 주체가 출현하게 되는 사회ㆍ문화적인 맥락을 살펴보고, 소비자/환자 주체들이 인터넷과 접속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미용성형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학습하는 과정과 미용성형 경험을 심층면접을 통하여 알아보면서 소비자/환자 주체의 행위자성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2009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의사, 간호사, 상담실장 등 성형외과 종사자 13명, 미용성형 경험자 22명과 심층면접을 하였으며, 의학 학술지와 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물 분석과 성형외과 한 곳(2009년 3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 성형 커뮤니티 두 곳에서 참여관찰을 실시하였다.미용성형시장 내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탈규제화 경향이 확산되고 비포/애프터 모델이 변화되고 있는 현재적 맥락은 소비자/환자 주체가 출현하는 주요한 배경이 된다. 미용성형은 ‘마법적인 변신’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와 기술, 물질, 기기 등이 개입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몸 변형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고통이나 위험, 불확실성 모두가 공존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미용성형에 대한 선택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미용성형을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환자 주체들은 광고나 기사 등 병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인터넷 기술과 접속하면서 미용성형의 방식이나 기법, 물질, 기기 등 대중적인 의료지식을 학습하고 미용성형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환자 주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지식, 정보, 정서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인’ 것으로 구성하고 소비자/환자 주체로서 행위성을 발휘할 역량을 획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생산하는 ‘변형 중인’ 여성의 몸 이미지들은 여성의 몸을 시각적인 대상으로 만들며, 여성 주체들을 미용성형시장으로 유인하는 기제가 된다. 이는 여성의 몸 이미지들이 성형에 수반되는 고통과 위험, 불확실성을 재현하고 있지만, ‘예외적인 것’으로 범주화되거나 자기 돌봄의 과정으로 전환되면서 비가시화되기 때문이다.의료 공간에서 소비자/환자 주체는 미용의사의 증가로 인한 성형실패의 상품화, 비외과적인 성형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과 기기의 ‘활약’, 상담실장과 간호사의 정서적 노동, 의사의 권위 등과 다층의 관계를 맺으면서 이상적인 소비자와 ‘환자’의 정체성을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수행한다. 특히 물질, 기기의 등장은 ‘성형이 아닌 시술’ 개념을 등장시켰고, 의사는 물질과 기기의 효과 및 이들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하여 권위를 행사하게 되었으며, 소비자/환자 주체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소비자로 의미화하는 등 시장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의미, 실천을 변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이는 다양해진 

    방식으로 몸을 상품화하고 의료적인 개입을 강화하는 자본축적의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며, 미용성형시장에 글로벌 의료자본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통한 미용성형 실천이 여성의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의미될 때 지식의 획득과 소통은 여성 개인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기도 하며, 성형에 수반될 신체적 변화와 정서적 변화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들이 접하게 되는 지식과 정보들은 대중지식으로 ‘각색’된 기초적인 개념의 의학지식이거나 검증되기 어렵고 과장된 내용이 포함된 상업적인 성격의 정보에 가깝다. 소비자/환자 주체가 자기 주도적으로 획득한 지식과 정보들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지식과 정보들은 오히려 미용성형시장에 여성들을 유인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외모가 자본, 혹은 계층화된 관리의 상징이 되고 있는 현재의 맥락에서 성형으로 얻어지는 ‘가능성’에 대한 약속과 이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을 때 이러한 정보의 공유는 소비자/환자 되기를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으로 의미화하게 한다. 소비자/환자 주체는 지배적인 외모 규범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주체적인 소비자가 됨으로써 ‘환자’의 위치를 부여받으며, 소비자와 ‘환자’ 사이의 불안정한 연결을 안정화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의료기술 및 시장의 변화 속에서 여성들의 몸이 어떻게 의미되고 경험되며 변형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미용성형을 주체적인 여성성의 

    발휘로 의미화하고 있는 여성들의 출현은 여성의 몸을 규제하는 규범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 자체가 정상화하면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규범은 지속적인 내부의 비교를 통해 차이를 생성시키고 개인의 역량을 증대시키면서 작동하기 때문이며, 몸을 가꾸는 행위는 개인이 스스로를 돌보고 배려하며 더 나은 삶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재개념화되고 있는 사회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맥락에서 미용성형시장은 개인에게 ‘결핍된 외모’가 어떤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작동한다. 이는 특히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며, 삶 속에서 자신의 몸으로 행한 생산/재생산 노동에 대한 인정을 받기보다 외모에 대한 지속적인 판단과 차별, 무시, 모욕에 노출되는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미용성형은 이 사회에서 누가 주목받는지/비가시화되는 지를 두고 벌어지는 여성들의 노력과 시도이며, 이는 규범이 작동하는 방식에 여성이 주체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된다. 이는 미용성형의료 네트워크를 횡단하는 여성의 몸을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의 몸과의 연결 속에서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는 지점은 미용성형주체 여성들의 기대, 희망의 서사들이며, 이들이 스스로의 고통을 잊게 만들고 몸으로부터 소외를 경험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