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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2 : 이유진 : 신자유주의 체제하 전염병 확산과 주부 주체: 2009년 신종플루 유행기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담론 분석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신자유주의 체제하 전염병 확산과 주부 주체: 2009년 신종플루 유행기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담론 분석 

  

  주제어 

 신종플루, H1N1, 돼지독감, 전염병, 신자유주의, 재난 자본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주부, 통치성 

  

초록 

이 논문은 인수공통감염병인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창궐한 시대 ‘국가’의 통치 성격을 분석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이윤 창출을 꾀하는 ‘재난 자본주의’의 문제에 젠더적 요소를 결합해 그 시기 담론이 구조화하는 방식과 각 요인의 상호작용성을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2009년 신종플루 확산기에 국가는 보수적인 문화기획을 통해 전통적인 관념에 근거한 가족 건강 위생지침을 선택해 훈육과 통제기제를 사용해 국민들을 통치했다. 언론은 건강 담론과 위협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실어날랐으며 의료적 지식을 확장시키는 구실을 맡았다. 글로벌 자본은 국가의 탈규제 장치를 통해 백신의 생산과 판매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제의 값을 높여 초과 이익 달성에 나섰다. 전염병 상황 속에서 건강을 지켜내려는 개인의 욕구는 의료서비스와 제품 소비로 이어졌다. 가정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주부들은 개인이 스스로 자기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으로 일상의 의료화와 자기 감시를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글로벌 소비자성이 활발히 작동돼 주부들은 가족들에게 유용한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엄밀하게 검토하고, 의료지식에 대한 자기주도적 학습에 나섰다. 중산층 고학력 여성들은 전문성을 발휘해 국가의료체계와 국내 의료전문가들의 권위를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국가의 지침을 위반하고 거스르면서 거짓말하고 속이면서 저항하는 측면 전략도 함께 구사했다.신종플루 위기 국면에서 백신은 가장 중요한 해법이고 국가 안전망이었다. 타미플루와 리렌자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독점적인 치료제로서 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유일한 승인을 받은 약품이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제한적인 생산과 판매 때문에 백신 확보는 각국의 치열한 경쟁과 협상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됐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소비자 권리는 무시됐다. 탈규제 장치를 만들어온 국가는 신종플루 백신 구입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도 백신 접종 뒤 피해를 국내에서 사실상 문제제기 할 수 없도록 요구하는 외국 자본과의 의향서에 서명을 해 합리적인 도매상 노릇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신자유주의적 탈규제는 이처럼 국가와 기업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합법적인 경로로 ‘소송하는 개인 피해자’만 두루 양산해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듯 자본의 이해관계에 발목잡힌 국가의 자본 친화적 정책은 피해당사자가 법정에서 개인적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체제를 구축한다.무엇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팽배한 위기 상황은 자본주의의 확산이 가장 뚜렷하게 이뤄지는 시공간이다. 자본이 점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서 전염병 재난의 시공간은 주권 개념이 약화된 국가의 통치성 강화와 글로벌한 이동성을 확장하려는 자본의 욕구, 개인의 불신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중층적인 구조를 낳는다. 위험의 국면에서 국가는 이중전략을 사용한다. 국민국가의 자율성, 통치 역량 등이 약화돼 지배적 지위가 사라진 상태임에도 위기를 기회 삼아 보수적인 문화담론을 생산, 유포하고 국민들을 계몽, 훈육, 지식화하면서 ‘국민’으로 복귀시키고, 더불어 글로벌 자본에 대항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이중적인 통치기예를 구사하는 것이다.여기에 초국가적 공모성에 대적하는 주체로서 주부들은 더욱 복잡한 ‘전장’에 내몰린다. 위기에 맞서는 가족보건의 책임자이고, 어린이와 노인들의 ‘자연스러운’ 보호자로 먼저 정책 수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지구적-국가적-개인적 차원을 링크하는 영역에서 개인 수준의 몸 건강관리의 최종 기획자이며 결정권자로서 주부는 전염병/질병이 만연한 재난 상황에서 가족을 관리하는 모성으로 소환된다.본 연구는 2009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신종인플루엔자 질병의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마련한 위기대처 강령이 WHO를 통해 창조되고 국가적 계획과 언론을 거쳐 전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담론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2009년 4월1일부터 2011년 6월15일까지 ‘신종플루’라는 검색어로 추출한 6082건의 신문기사들과 주부인터넷 커뮤니티 1곳,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자료, 『2009년 국정감사 회의록』, 『질병백서』, 국가의 위기대응지침, 인터넷 다음 포털의 아고라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마련한 매뉴얼을 보면, 위기 시대 국가의 통치성이 잘 드러난다. 괴담․유언비어로 인한 공포 분위기 조성 방지를 위해 국가는 각 학교와 직장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한다. 국가가 마련한 최상위 계획은 ‘국민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었다. 이는 공공재정을 줄이는 ‘개인 책임론’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비판하는 주체로서 국제기구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유착 관계, 국가권력과 제약사와의 은밀한 협약, 글로벌 제약사의 부도덕한 비축행태 등에 대한 의혹제기와 사실 고발을 뒤섞어 재현한다. 언론은 지식 정보를 유통하고, 판단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무능한 타자로 만들 수 있다. 사실, 추정, 의혹은 모두 위기의 발현으로서 공포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자본은 위기의 공간을 확장적으로 재구축해 이윤 창출의 새로운 시장 영역을 창출한다. 신종플루 수혜주로 등극한 국내 제약사의 임원들은 재빨리 주식을 팔아 잇속을 챙겼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네트워크를 동원해 의사에게 가짜 처방전을 받아 그러잖아도 부족한 백신을 불법적으로 대량 매입했다. 고소득층은 저소득층보다 처방전 발급횟수가 3배 이상 많았고, 국가는 백신 특허권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가 요구하는 대로 협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의 책임추궁은 법적으로 경미하거나 부재했다. 국가의 탈규제적 장치 덕분이었다.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이용한 자본, 위기관리 사사화를 통해 기업에 시장을 열어주는 정부, 이런 틈바구니에서 삶에 대한 개인적 실천을 이어나가야 하는 개인은 상호작용하면서 신자유주의 속 전염병 확산기의 구조적 문제를 만든다. 그러나 개인의 저항과 탐색이 시작되는 지점 또한 바로 해답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권위를 가질 수 없는 위기 시스템 안에 있다. 

  지도교수 나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