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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2 : 양승훈 : 2000년대 군대개혁과 군복무 중 ‘자기계발’을 통한 계급재생산: 엘리트 남성들의 군복무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2000년대 군대개혁과 군복무 중 ‘자기계발’을 통한 계급재생산: 엘리트 남성들의 군복무 경험을 중심으로 

  

  주제어 

 Neo-liberalism, military reform, Human Resource Development, Barrack Cultural Improvement, class reproduction 

  

초록 

이 논문은 엘리트 남성들의 군복무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하여 2000년대 이후 진행되었던 한국군의 개혁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어떠한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냈는지를 살핀다. 1980년대 민주화가 진행되고(정치적 전환), ‘신세대 병사’라는 자유로운 군인주체들의 등장(사회문화적 전환),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산업화 경제의 한계(사회경제적 전환) 등에 봉착한 상황에서 한국군은 획일적이고 통제일변도의 폭력적이고 낙후된 조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 ‘신세대 병사’ 담론의 대두와 군인을 ‘아이’로 위치시키게 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는 한 몫의 ‘성인 남자’가 아니라 국가가 돌봐야 하는 ‘군인 아이’ 혹은 ‘군인 아들’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군인은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지켜야 할 존재’가 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 ‘GP 총기난사사건’등이 벌어지자 노무현 정부는 광범위한 군대의 개혁을 전개했다. 군대개혁의 주된 목표는 ‘병영문화개선’과 ‘군 인적자원개발’이었다. ‘병영문화개선’이 겨냥한 것은 병영 환경의 개선과 인권 교육, 병사들의 자율적 권리 증진 등을 통하여 병사들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군 인적자원개발계획’은 군을 이전의 산업화 경제가 아닌 지식기반경제에 걸맞은 인력을 편성할 수 있는 조직 개혁을 겨냥하였다. 하지만 안보를 강조하는 흐름으로 인한 예산제약, 변하지 않은 지휘부의 인식, 여전히 상명하복과 보고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선의 

    업무 처리방식에서 ‘100일 작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혁은 정착되지 않았다. ‘병영문화개선’과 관련하여 필수적이었던 제도(‘군경감독관제’, ‘상설 인권 상담관’)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또한 전면적으로 ‘학습조직’으로 재편하려던 시도 역시 정착하지 못했다.또한 신자유주의적으로 변한 사회에서 남성들의 군복무에 대한 대응이 변화했다. 바로 ‘다른 방식의 군복무’의 목표는 ‘스펙쌓기’ 등으로 대표되는 자기계발이다. ‘명문대생’들과 소수의 유학파 출신 남성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돌고 있는 ‘족보’와 ‘루트’ 등의 정보를 확보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온라인 커뮤니티, 학원 사이트 등)을 활용하여 카투사, 의무소방, 공군통역장교, 통역병 등에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2000년대 중반부터는 통역병 학원 등의 사교육이 입대시장에 진출하여 남성들에게 ‘족집게 전략’을 제공하기 시작했다.엘리트 남성들은 이러한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입대준비’를 실천한다. 입대후의 과정에서도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영리함’) 등을 활용하고 ‘스펙을 쌓기’위해 공부할 수 있는 ‘자기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투한다. 엘리트 남성들은 성적순으로 특수병과 대체복무요원을 선발하는 메커니즘과, 일선부대의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영리함’에 대한 판단으로 ‘명문대생’ 및 유학생을 선호하는 메커니즘을 간파하고 있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의 확보와 학습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자기계발하는 군대와 엘리트 남성의 

    관계다. 병무청과 국방부, 그리고 각 군은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보도함을 통해 ‘가고 싶은 군대’가 만들어졌음을 홍보하려 한다. 하지만 ‘스펙 쌓기’하는 자기계발을 군복무 동안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남성들은 이미 입대 이전부터 경쟁 게임에서 승리해온 극소수 엘리트 남성들뿐이다. 두 번째로 군대 인권과 자기계발의 관계이다. 애초 문제제기 되었던 군 민주화와 병영 악습의 문제는 부차화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개혁의 목표와 달리 신자유주의적 흐름 안에서 인권 문제가 학습할 수 있는 권리라는 측면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간부들은 상층부에서의 개혁방향의 혼선 때문에 매번 ‘paper-work’으로서 업무를 판단할 뿐 실질적인 병영문화개선에 필요한 조치들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졌던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일련의 사건 이후 급증한 각종 구타가혹행위와 사망·자살 사건의 증가가 벌어졌다. ‘병영문화개선’과 인권 문제가 여전히 군대 내에서 개혁을 통하여 제도화되어 풀리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군대개혁은 애초에 사회에서 제기되었던 과제에 응답하지 못하고, 소수의 엘리트 남성들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의 생존전략으로 군생활에서의 자기계발을 성취하려 분투하며, 군대는 이들을 통해 군대개혁을 성취한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점차 ‘탈락’의 공포를 징병제 군대의 복무를 통해서도 느끼게 되었다. 군대는 여전히 징병제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동일한 군생활을 역설한다. 이는 ‘자기계발하는 군대’라는 말로 통합되지만, 결과적으로 군대에서의 자기계발의 수행의 서로 다른 조건들은 계급재생산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