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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2 : 배재훈 : 게이 남성 합창단의 문화 정치학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게이 남성 합창단의 문화 정치학 

  

  주제어 

문화정치학, 퀴어 대항공중, 게이, 정동, 유토피아적 수행성, 섹슈얼리티, 성소수자, 문화운동, 게이 커뮤니티, 게이 문화 

  

초록 

이 논문은 게이 남성합창단 지_보이스의 문화정치학에 관한 연구이다. 한국사회에서 게이는 그 실체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사회적 존재로서는 여전히 비가시화 된 사회집단이다. 게이 코러스는 사회적으로 낙인화된 정체성 집단인 게이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합창을 통해 일반 공중과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연구는 지_보이스가 정기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게이 남성들이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구성하고 주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에 주목한다. 또한 공연을 통해 형성되는 퀴어 대항공중으로서 지_보이스가 합창과 퍼포먼스를 통해 공연의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정동의 정치학을 실천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드러내기 위해 연구자는 퀘스쳐닝으로 정체화하면서 1여년 동안 합창단원으로 활동하였고 정기공연을 비롯한 각종 찬조공연의 무대에 다른 게이 남성들과 함께 섰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연구자는 합창단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2011년 6월 1차 파일럿 인터뷰로 5명의 단원들을 심층면접 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추가로 16명의 합창단원들과 13명의 관객, 여성객원단원, 스텝들을 대상으로 2차 심층면접을 수행하였다. 1994년 조직된 한국 최초의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언론을 통해 주요활동가들이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대중에게 알려졌다. 1998년부터 인권운동단체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한 친구사이는 다양한 친목 모임을 통해서 게이 남성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였다.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게이 인권운동은 자기 비하적이고 사회적 낙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이 정체성의 담론들을 바꾸어나가는 실천으로 나타났다. 즉, 게이 하위문화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 중심적 젠더 규범에 대항적인 게이 문화와 언어들을 재의미화 함으로써 상호인정의 공간으로서 게이 커뮤니티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의 만남의 장소를 제공했던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들을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게이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2003년 게이 남성합창단 취미 소모임을 만들었고 2006년 지_보이스로 이름을 확정하고 정기공연을 시작했다. 이로써 게이들이 공중을 대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합창을 하는 공연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게 되었다. 지_보이스는 게이 남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술 번개, 연애, 성적 만남 등에서 경험한 대상화와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소속감을 준다. 성적인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문화 생산의 공간인 지_보이스에서 게이 남성들은 합창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_보이스의 사회적 활동은 게이로서의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지_보이스는 게이 남성들이 서로 일상성을 나누며 상호연대와 우정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된다. 본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커뮤니티 공간을 벗어나 공중 앞으로 나서는 지_보이스 공연은 퀴어 

    대항공중의 구성적 멤버쉽을 통해 단원들과 관객들에게 게이 남성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과 공적 공간의 경험을 하게 한다. 또한 다양한 인생의 국면에 있는 게이 남성들에게 지_보이스 공연은 집합적 게이 정체성과 커뮤니티에 대한 사회적 종속감을 자극하는 공연이 된다.지_보이스 합창이 전달하는 유토피아적 수행성은 게이 단원들을 비롯한 성소수자 관객들에게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키게 한다. 그것은 성소수자들이 이성애 규범사회의 일상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수치심의 경험에서 비롯된 강렬한 상호연대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밝음과 행복의 에너지만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유토피아적 수행성은 성소수자 공동체에 속하기를 원하지 않는 또 다른 타자와 목소리들을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재현들’을 찾으려는 노력에 저항하는 유토피아적 수행성은 다양한 참여적 공중들의 부정되고 억압된 목소리들에 대한 성찰적인 힘을 가지고 극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동적 가능성들을 열어두어야 한다. 한편 게이 남성의 과잉 성애화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이는 ‘망사티’는 게이 남성들이 이성애 규범사회에서 드러내지 못하던 게이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정치적인 실천의 의미를 가진다. 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문화를 가진 레즈비언들에게 게이 남성들의 노골적인 성애의 표현은 레즈비언 프라이드를 불러일으키는 쾌락의 퍼포먼스가 된다. 게이 코러스에서 가장 파격적인 젠더 위반을 드러내는 드랙 퍼포먼스는 연행자의 퀴어한 

    여장 연기에도 불구하고 게이 남성들의 비규범적 정체성을 가시화시키는 효과만 가지는 한계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게이 코러스 공연은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퀴어 문화생산집단의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공연활동이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으로 의미화 되는 것은 제한적이다.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운동세력과의 연대활동에 참여한 단원들과 공중들에게 지_보이스의 정치적 연대 활동은 과거의 사회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중들을 모을 수 있는 설득력을 가진 운동으로 의미화 된다. 그러나 지_보이스 리더 그룹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전제된 태도는 구체적인 정치적 사안에 대한 설득과 동의의 절차 없이 연대 활동에 단원들의 동참을 요구함으로써 반대 입장을 가진 단원들에게 단체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정치적 올바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단원들만이 게이 코러스 활동을 매개로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을 찾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