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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사 2013 : 엄기호 : ‘단절-단속’ 개념을 통해 본 ‘교육적’ 관계의 (불)가능성에 대한 연구: 압축적 교육개혁 시대 제도교육현장 교사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단절-단속’ 개념을 통해 본 ‘교육적’ 관계의 (불)가능성에 대한 연구: 압축적 교육개혁 시대 제도교육현장 교사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주제어 

단절, 단속, 압축적 교육개혁, 성과, 타자성, 수업붕괴, 교육적 관계, 진정성, 경험, 이야기 

  

초록 

이 연구는 성과와 업적 위주로 능력이 평가되는 공간으로 진입한 학교에서 동료교사와 학생들과의 만남과 부딪침을 통해 교사로서의 성장을 꿈꾸던 일군의 교사들이 역설적으로 어떻게 동료교사들과 단절되고 고립되면서 자기를 검열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단속’이라는 개념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1987년 민주화 이후 밑으로부터는 ‘참교육’을 기치로 내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되었으며 위로부터는 1995년 5.31교육 개혁안으로 대표되는 제도 개혁이 추진되었다. 또한 이때부터 한국사회는 자본주의 전지구화·소비자본주의의 심화·경제 불황과 저성장 사회로의 진입 등의 구조적 격변을 겪으며 학교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압축적으로 전개된 교육개혁은 권위주의를 해체하기보다는 획일적인 입시경쟁 교육은 강화되었고 학교는 ‘업적’에 따라 교사들을 평가하고 획일화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이 과정에서 전교조를 통해 참교육을 꿈꾸었던 세대들은 학교를 떠나거나 무기력해졌다. 학교의 다른 한편에는 경제위기 이후에 교사가 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유능한 교사’들이 있다. 경제위기의 결과 교직은 해고와 탈락의 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이들은 이런 배경에서 교직에 들어온 최상위권 학생들로 경쟁과 업적 쌓기가 내면화하고 소비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소비주의적 주체들이다.이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이 두 집단 사이에 ‘끼여’ 있다. 시기적으로도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를 전후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친구 같은 교사’가 되는 것을 

    꿈꾸며 교직에 들어온 ‘모범생’ 출신들이다. 또한 교직에 들어와서는 ‘반교육적인’ 학교와 불화하고 학생들과 입시 경쟁 교육 바깥의 ‘교육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면서 선배·동료 교사들과 협력하며 성장해온 교사들이다. 이들에게 동료교사와의 관계는 반교육적인 교육 현장으로서의 학교에서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상처와 고통을 공유하는 동료적 관계로 규범화되어 있다. 그런데 더 이상 학교에서는 이런 동료적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일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으며, 공적으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조차 불편하게 받아들이며 협력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만나고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단속하고 상대에게 그저 형식적으로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이런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단절-단속’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잡무와 업적, 그리고 시험문제 풀이식의 수업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될 수 있는 한 소극적으로 응한다. 또한 소비 문화적 주제는 ‘교육과 상관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른 동료교사들이 업무를 열심히 보고 업적을 쌓는 것을 ‘순응’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 대신 이들이 집중하는 것이 학생들과의 관계이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만남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입시경쟁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실은 ‘공부하는 애들’과 ‘널브러진 애들’로 양분화 된다. ‘공부하는 애들’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은 포기한다. ‘널브러진 

    애들’은 수업 자체를 총체적으로 거부한다. 이들은 교사들과 가급적 무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봐주는 공모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공모가 깨어질 때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는 적대적인 관계로 돌변하고 폭력화된다.이런 맥락에서 왜 이 일군의 교사들이 공부모임에 참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단절-단속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이들에게는 더욱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공유하고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여전히 교육과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공간에 집중할수록 학교 안에서는 더욱 다른 교사들로부터 단속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이 연구는 학교에서 단속을 넘어 만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넘어서서 새로운 언어를 가져야한다고 주장한다. 한때 교사와 교사를 이어주고, 교사와 학생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던 진정성은 이제 오히려 ‘진정하지 못한 그들’과 ‘진정한 우리’라는 이분법을 강화하고 단속을 정당화하는 언어가 되었다. 또한 단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사 양성과정에서부터 학교의 운영까지 교육현장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 경험의 전승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