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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3 : 김종률 : ‘회사인간’의 퇴직 후 대응에 관한 연구 : 50대 고소득 화이트칼라 남성 퇴직자들의 서사분석을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회사인간’의 퇴직 후 대응에 관한 연구 : 50대 고소득 화이트칼라 남성 퇴직자들의 서사분석을 중심으로 

  

  주제어 

회사인간, 남성성, 기계형인간, 일중심사회, 탈회사인간, 탈노동사회, 가부장적 사회, 화이트칼라, 공적영역, 은퇴, 퇴직, 생계부양자, 서사재구성, 멘토, 꼰대 

  

초록 

이 논문은 고소득 화이트칼라 출신의 50대 퇴직자들의 ‘회사인간’ 정체성과 서사재구성의 의미를 살핀다. 경제성장기였던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화이트칼라들은 당시 정년제와 연공서열제를 비롯한 복리후생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물적 기반을 확보했다. 또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근거하여 경제적 주도권을 확보했고 가정에서는 권위있는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점했다. 회사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화이트칼라를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고, 인사고과제와 같은 자발적 노동기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사무자동화를 도입하여 노동의 효율성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군가산점과 같은 혜택은 남성들의 공적영역 진출을 활발하게 만들었고, 조직문화의 남성성을 형성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남성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상화 기제를 작동시킴으로서 술자리나 각종 행사 등과 같은 ‘친밀의례’를 통하여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화이트칼라의 ‘회사인간화’ 과정이었다. 일 중심사회에서 ‘회사인간’이 된 화이트칼라들은 노동사회의 규범을 내재화했다. 기업 내부의 경쟁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계부양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회사인간’들은 회사생활에 충실하여 더 열심히 일할수록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회사인간’의 정체성을 내면화 했다. 또한 조직이 제공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남성적 권위주의를 합리화했다. 이들에게 퇴직은 약 30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해오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기반이 전환되는 사건이다. ‘일 중심 사회’의 인간형이었던 ‘회사인간’에게 일을 제공하는 공적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회사’와 ‘회사 밖’이 뚜렷하게 구분되었던 삶의 구성으로부터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퇴직자 주변 인간관계의 변화, 생활환경의 변화, ‘회사인간’이었던 정체성의 변화에 ‘개인적’으로 적응해야 함을 의미했다. 또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당연하게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가정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사인간’은 퇴직하는 순간 시공간의 재배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퇴직자들은 상실감과 동시에 축소된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관계망과 같은 자원을 대체하기 위해 자신의 서사를 재구성한다. 자신이 만족과 행복을 느꼈던 기준을 낮춤으로써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재현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한 ‘회사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발휘하여 ‘의미있는 일’과 ‘사회적 기여’라는 도덕적 지위를 ‘과시적’으로 확보하려 한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의 태도를 취하면서 효율성과 성과주의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특히 이들이 위계질서 속에서 살아온 경험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취함으로써 가족들에게 원치 않는 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녀들에게는 ‘멘토’가 되고자 하지만 ‘꼰대’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자들을 희화화하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형성,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퇴직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축적된 경험으로서의 서사가 부족하다. 이렇듯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퇴직 이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도구적 체험으로 인해 조건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축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 이후 노년으로 접어들기까지 등장한 10년여의 기간이 사회적으로 휘발되는 경험의 양적 증가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이렇게 휘발되는 경험에 의해 겪게 되는 퇴직자들의 문화가 빈곤하게 되는 현상은 결과적으로 퇴직자 본인을 소외시키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퇴직자 또한 구조의 피해자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반성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드러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