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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4 : 우승현 : 한국 청년의 임시 이주와 글로벌 이동 경험 : 아일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와 어학 연수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한국 청년의 임시 이주와 글로벌 이동 경험 : 아일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와 어학 연수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 아일랜드, 임시 이주, 워킹홀리데이, 어학 연수, 글로벌 이동, 전지구적 노동 유연화, 착취 구조의 재/생산, 청년 계급,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로부터의) 독립, 문화 번역 


이 논문은 워킹홀리데이 혹은 어학 연수 제도를 경유하여 아일랜드로 ‘임시 이주’를 떠난 한국 청년의 경험 연구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생겨난 청년 담론은 그들을 무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아 자기 계발에 박차를 가하는 적극적으로 포섭된 주체 혹은 거기에서 탈락하거나 자발적으로 물러난 ‘잉여’로 양분화된 방식으로 재현하였다. 이는 실제 행위자이자로서 청년들이 그들을 둘러싼 체제와 어떻게 경합하고 협상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이 논문에서는 글로벌 이동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청년들의 사례를 통해 로컬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정치경제학적 구조에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범주화할 수 있는지 밝히고자 한다. 연구자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더블린에서 현지 조사 및 참여 관찰을 시행하였고, 2013년 7~9월에 아일랜드에서 이주 과정 중인 청년과, 2014년 8~9월에 한국에 귀환한 청년과 심층 면접을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총 14명이었으며, 그들은 스스로를 청년으로 정체화 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자가 분석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임시 이주 시스템은 생존 회로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주 행위자들이 제도를 전유해나가는 방식에 따라 글로벌 이동의 장을 형성한다. 워킹홀리데이와 v 학생 비자 제도를 경유하는 임시 이주 제도는 글로벌 노동 유연화의 영향력 아래에서 기층부 서비스직 분야의 노동 부족분을 채우며 교육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아일랜드 정부와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해외 취업을 장려하는 한국 정부의 필요가 만나 생성되었다. 이때 한국에서 ‘탈주’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그들의 경제 자본, 학력 자본, 정보에 대한 접근 정도에 따라 자신의 생애 과정에서 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주지로서 아일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전지구적 신자유주의는 이주자의 권리를 끊임 없이 제약하며 이들을 생존 회로로 내몰지만, 청년들은 그 한정된 권리를 포착하고 그에 따라 제도 범주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이주 과정을 다변화 시켜 나간다. 둘째, ‘청년/임시/이주자’는 아일랜드 사회에서 임시적 노동자 혹은 소비자로서의 사회적 위치를 취득하며, 불안정성을 유동성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생존 전략을 통해 이주 과정을 지속한다. 연구 참여자들이 이주를 기획하면서 가지는 목표는 어학 학습, 타문화의 경험, 경쟁적 한국 사회로부터의 독립 등 다양했다. 청년들은 아일랜드 사회의 주변부 영역에서 종족 자원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노동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다른 청년 노동 이주자들과 감정적인 연대를 맺는 등의 생애 전략을 통해 이주 과정을 지속해나간다. 이와 같이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들은 이주자로 하여금 이주의 목표를 재현, 확장할 수 있는 기제가 되었다. 셋째, ‘청년/임시/이주자’는 귀환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이를 통해 ‘문화 번역’을 수행한다. 귀환 이후에 청년들은 이주 과정 중에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가치 체계(들)을 인식한다. 이는 연구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기 객관화와 사회 재인식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이들은 이주 과정을 단일하게 해석하기 보다는 다양한 가치 기준을 두고 평가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 참여자들은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로부터의 독립을 기획하거나,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유지하고 구축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글로벌’을 인지하는 등 보다 다양한 방식의 생애 기획을 시도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대문자이론으로서 신자유주의의 영향력 아래 잘 포착되지 못하는 행위자로서 청년의 모습에 주목하였다. 능숙한 협상가로서 이들은 신자유주의 문화 질서 하, 최소한의 요구 사항을 성취하는데 능숙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단순히 체제에 의한 통치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나름대로 미래를 기획하고 가능성을 vi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한국 청년들이 삶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글로벌 이동의 장은 결코 낭만화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며, 더욱이 체제 밖의 공간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이 가지는 의의는 다양한 준거 기준과 가치 체계와의 조우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가능한 경험이 구축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의 행위는 체제에 대한 전복적 저항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임시 이주 과정을 통해 문화 번역자로서의 역량을 형성한 이들의 고민과 실천이 축적되는 과정은 포섭과 배제라는 양극단 사이의 공간을 구성하는 실천의 양식을 보여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