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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0 : 정태영 : 정부, 시장, 공동체를 타고 넘는 기술로서의 시민 커리어 : 청년 사회적 기업 종사자의 일 경험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초록

  본 연구는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이 ‘시민 커리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정부, 시장, 공동체를 타고 넘는 과정을 드러낸다. 시민 커리어란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일 경험임과 동시에, 사회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으로서의 경험과 자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타고 넘음’이란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이 단순히 정부, 시장, 그리고 자신들 인근의 공동체의 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외부 요인들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 선정한 단어이다.
또한 본 연구는 한국의 청년 사회적기업 종사자로서 연구자가 직접 겪은 여러 사건들을 자문화기술지의 형식으로 기록하여 연구자와 연구자의 동료들의 생생한 일 경험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실제 시민 커리어와 그것을 활용한 사회적기업가들의 ‘타고 넘음’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연구자는 사회적기업의 종사자들이 ‘증여’라는 기술을 통해 사회적기업 창업에 필요한 자원들을 서로 공유하고, 일과 삶의 구획을 새롭게 정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일견 효과적이지만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은 증여가 수반하는 긴장감과 계산에 지쳐 증여 대신 시장의 원리를 더욱 선호하게 되기도 하고, 일과 삶을 적절히 나누지 못해 일을 지속하기 힘든 조건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연구자인 ‘나’는 바로 이와 같은 증여의 작용을 몸소 겪은 대상이다. ‘나’는 다른 연구 참여자 S와 K가 행한 증여의 혜택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들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 그리고 증여로 인해 형성한 S와 K 사이의 인간 관계는 일에 대한 성찰과 생활의 질을 높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따라서 증여 관계를 회피하고 시장적 교환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
한 편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사회프로젝트, 공공사업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유한다. 원래 프로젝트를 출발시킨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사업을 맡은 사회적기업이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재정의하고 그에 맞추어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 결과가 좋을 경우 해당 경력을 가지고 더 큰 사회프로젝트, 공공사업을 확보하거나 운영한다. 이는 또한 너무나도 많고, 복잡해진 사회프로젝트, 공공사업에 일관성을 부여해 혜택을 보는 당사자들의 혼란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이른바 ‘꾼’이라는, 사회 프로젝트에 대한 ‘진정성’ 없이 다양한 사업들을 확보하는 이들로서 비춰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은 정부의 여러 지원사업, 및 지원 정책을 적절하게 가려내거나 정부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발굴해서 정부와 함께 추진할 사업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은 그들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보다 주체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속가능한 물질적 기반을 지원받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나’는 스스로를 ‘꾼’으로 의심하거나 법인화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노련한 동료와 의견충돌을 빚기도 한다. 그리고 동료들이 사회문제를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나와 그 동료들이 사업을 잘 확보하면서도 당장 앞으로의 경제적 삶에 대해서 걱정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들끼리의 자연스러운 연대를 추구한다.이를 통해 각자가 잘 하는 분야, 각자가 투신하는 분야의 작업을 반복하며 그 역량을 키울 뿐 만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서 긴밀하게 협업하는 여러 기술들을 배우고 익혀나가기도 한다. 한 편 이들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의 일은 자기 스스로를 설명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이처럼 높은 역량과 성과를 쌓은 사회적기업 종사자 개인이나 집단은 ‘사회적 인정’을 획득한다. 이는 해당 사회적 기업 종사자의 일을 각종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감시로부터 한 결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그들을 경제적 성공에 한 층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 ‘사회적 인정’을 획득한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은 정치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정치인들과 직접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성과는 본 연구에서 포착하지 못하였다.
결론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종사자들은 이 시민 커리어라는 역량을 통해 자신들의 일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상대적으로 잘 지켜내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의 불안정성을 극복해 내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