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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0 : 유빙 : 중국 ‘쇼장방송秀场直播’ 여성BJ들의 젠더화된 정동노동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초록

  전 세계적인 디지털 산업의 확장으로 다양한 내용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등장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중국에서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인터넷 개인방송의 하나인 쇼장방송에 BJ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쇼장방송(秀场直播)’이란 뛰어난 외모의 여성 BJ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의 장기자랑을 하며 시청자와의 상호작용하는 방송을 말한다. 본 논문은 쇼장방송 여성 BJ의 일 경험을 분석하여,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친밀성 노동의 성격과 사회 문화적 맥락을 해석한다. 연구자 또한 게임방송과 쇼장방송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 때 얻은 경험과 인맥은 본 연구의 진행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본 연구는 온라인 참여관찰과 심층면접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작성한 디지털 에스노그래피다.
기프트 이코노미(gift economy)는 쇼장방송 업계 전체를 지탱하는 자금원이다. 선물은 시청자가 BJ에게 하는 증여이면서도, 동시에 ‘구매’ 수단으로 사용된다. 여성BJ들은 선물을 받고 수입을 얻기 위해 정동노동(affective labor)과 체현기술(technologies of embodiment)을 수행하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감정과 욕망을 구성하며, 선물을 받아낸다. 큰 돈을 선물하는 소위 따거들은 선물을 통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함으로써 명성과 지위를 취득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며 여성BJ에게 결연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선물을 통해 방 안의 남성들 사이에는 경쟁 상태가 형성되고 따거와 나머지들로 위계화되지만, 동시에 쾌락의 공유라는 남성 간의 연대감이 만들어진다. 여성BJ들은 남성 시청자의 선물 증여를 통해 수익을 올리지만, 이들은 때로 남성 시청자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가족처럼 그들의 일상을 챙기고 배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초과이윤을 획득하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다. 특별히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는 쇼장방송에서 이들은 젠더화된 정동노동을 통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자기의 개인주의적인 열망을 실험해보고 추구하며 현실화시켜내고 있다. 중국에서 쇼장방송 BJ라는 직업은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여성들에게는 투자금과 전문적 기능이 필요 없이 빠르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다. 이러한 노동은 구체적으로는 관계적인 노동이며, 친밀성, 감정, 욕망 그리고 정동을 생산하는 노동이기도 하다. 이 노동의 또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은 이것이 성애화된 형태의 수행성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의 경험과 달리 사회주의권 안에서 평등을 누리면서 자란 소황제(小皇帝) 세대의 여성들은 자본주의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나름대로 자신의 자율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는 특정한 여성성을 끊임없이 주조하면서, 여성BJ들을 성애화한다. 이러한 남성중심적 구조에서 여성BJ들은 장기적인 생애 기획을 전망할 수 없는 소진상태가 되어 일을 그만두게 된다.
쇼장방송이라는 디지털 산업은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본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지만, 이러한 산업이 사실은 또 다른 성착취적 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는 정기적인 고용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며 줄곧 개인주의와 개인들의 행위자성을 강조한다. 이로써 끊임없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젠더화된 체현기술을 발휘하면서 정동노동을 수행하게 만들어 쇼장방송의 이윤구조를 구축하고 수익을 올린다.
본 연구는 성별 구조가 명확한 이성애적 장 안에서 위치해 있는 쇼장방송의 여성 BJ들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섹슈얼리티를 자원화해서 가장 효과적인 정동노동을 수행하는지와 이러한 정동 노동의 노동으로서의 가치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논술했다. 본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쇼장방송의 사례를 통해 젠더와 디지털 문화가 결합하는 현장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정동노동의 젠더화과정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