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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0 : 김주온 : 협업하는 개인들의 기본소득 운동 : BIYN(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을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초록

  본 연구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asic Income Youth Network, 이하 BIYN) 약 10년의 역사와 기록, 부침을 연구 자료로 삼아, 청년을 호명하면서도 세대론에 갇히지 않는 운동적 지향을 가진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를 해석한다. 이 조직의 진화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참여자들을 결속시키고, 일을 도모하며, 위계를 거부하도록 하는 높은 층위의 가치로서, 특히 '개인'들의 운동을 촉진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개별화된 소비 주체로 '개인'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과 다르게, 운동의 의제가 '기본소득'을 의제로 하는 운동에서 '개인성'이 다르게 이해되며 나아가 개인을 새로운 운동적 주체로 호명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대부분의 소득 보전 정책과 달리 가구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주어지므로 '개별성'은 기본소득의 개념을 구성할 때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본 연구는 개인에 대한 다른 인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을 매개로하여, 운동의 주체로서 개인을 전면화한 사례를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개인과 운동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며 '청년'들을 조직화해온 사례로 BIYN 구성원들의 경험에 주목한다.
'나'는 BIYN이 만들어진 2012년 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약 8년 간 단체의 주요 멤버로 활동해왔다. 나는 본 연구의 현지(field)인 BIYN에서 활동 경험을 체화한 주체로서 '활동가-연구자(activist-researcher)'라는 위치성을 활용한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작성했다. 동시에 공동의 지식생산을 가능케 할 방법으로서 연구참여자들과의 문화기술지적 세미나를 활용했다. 연구과정을 통해 본 연구가 협업하는 개인들의 기본소득 운동에 대해 밝힌 바는 아래와 같다.
첫째, BIYN의 기본소득 운동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가치관과 생활세계를 분석함으로써 기본소득이라는 의제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등장하였는지 살펴보았다. BIYN 구성원들은 문화자본 및 교육자본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과 신념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주체로 성장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에 십대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을 체화하라는 압박으로부터 어긋남을 느꼈다. 이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성찰적 개인이 되고자 했으나 일체감과 사명감, 집단주의적 정서가 지배적이던 기존 사회운동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개인성'을 강조하는 BIYN의 기본소득 운동에 매력을 느끼고, 기본소득 개념을 통해 대안적 삶과 사회를 상상하는 활동에 합류하게 된다. 이들은 BIYN에서 활동과 학습을 함께할 동료 관계를 모색하며, 이질적인 활동 배경 및 참여 동기를 아울러 자율적이고 평등한 사회참여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둘째, 본 연구는 2010년대의 '청년당사자운동'이 청년을 '사회적 약자'로 재현해온 전략을 청년운동 장의 내부자 관점으로 돌아보았다. BIYN은 "88만원 세대" 담론의 등장 이후 정치적 범주로 호명된 "청년"이 특정한 문제만을 안고 있는 범주로 대상화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해왔다. 이들은 청년세대만의 문제로 특수화되어버린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을 개개인의 온전성이 소거된 단일한 세대적 표상으로서 바라보는 대신에 청년인 개인들이 '시민'으로서 공적인 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BIYN은 섣불리 "청년"을 앞세운 정책화 전략에 의구심을 품으며, 기본소득 운동에서 또한 제도화를 넘어선 목표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기본소득 말하기"라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개개인이 자기조직화하고 임파워 됨으로써 기본소득 운동의 주체로 거듭나는 전략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욕망을 성찰 없이 강조함으로써 운동의 사회비판적 성격을 탈각시킬 위험을 내포했다.
셋째, BIYN이 개인들의 조직화와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탐색해왔는지 분석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기본소득 의제가 급부상하며 다양한 조직으로부터 협업을 제안 받고, "청년"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해 발화해달라는 요청들이 증가하던 가운데 주요 구성원들이 소진된 시기에 중점을 두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자본이 부재한 상황에서 '겸업'의 방식으로 무리해서 활동을 지속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소규모라도 '조직화된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였기에, 다시금 자신 안에서 운동에의 참여 동기를 재발견하며 조직을 해산하기보다 개편하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2018년 초 BIYN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기본소득 운동"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참여자의 범위는 넓히되 그만큼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조로 전환됐다. 조직개편 이후 더욱 느슨해진 연합체 안에서 '운동'에 대한 상이한 입장들을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운동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표 설정과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에서 발견한 '협업으로서의 활동'은 개인들의 자율적 조직화에 기반으로 한 자치공동체를 함께 구성하고, 공동 학습과 공동 작업 속에서 개인주의적 윤리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동료감각을 얻는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동시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기본소득의 정치성을 함께 탐구하고 기록하고 발신하여,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담은 구성원들의 열망들을 살아있게 하는 실천이다. BIYN은 이러한 의미의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공간에서 기본소득은 개인들이 새로운 운동적 실천을 탐색하기 위한 사상적 자원으로서 협업을 위한 행위자성을 추동한다.
본 연구는 사회참여 욕구가 있는 유동하는 개인들이 중심이 된 느슨하고, 위계적이지 않은 조직화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최근 증가하는 자기정의적이고 느슨한 소규모 사회운동 조직들을 이해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