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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1 박예지 한국 드랙킹씬의 탄생과 퀴어 페미니스트 정치학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본 연구는 2018년 태동한 한국 드랙킹씬이 201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 대중화 현상의 자장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드랙킹’은 남
성 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며 사회적 남성성을 풍자하고 재해석하는 드랙 퍼포머를 뜻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드랙킹의 기록이 몇
남아있긴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하나의 씬을 이루거나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구자는 2018년 이후 한국에서 드랙킹씬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에서 찾고, 드랙킹들의 활동을 페미니즘 운동의 한 갈래로 의미화한다.
2015년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된 한국의 새로운 래디컬 페미니즘 물결은 ‘여성’이라는 범주에 동일시하는 정체성 운동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드랙킹 퍼포머들
은 ‘여성’ 뿐만 아니라 ‘퀴어’이자 ‘드랙애호가’라는 다중적 정체성으로 인해 이 운동이 주체로 상정하는 ‘여성’에 자신이 온전히 포함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
었다. 이들은 게이 중심의 드랙퀸 문화와 지정성별 여성 중심의 래디컬 페미니스트 운동 사이에서 자신들의 다중적 정체성에 맞는 방향성을 모색했다.
이들의 드랙킹 퍼포먼스는 퀴어 여성의 몸으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경험한 남성성을 표현하며 이뤄졌다. 때로 그 남성성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폭력성
이기도 했고, 무력하고 비굴한 주변적 남성성이기도 했으며, 또는 여성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판타지적 남성성이기도 했다. 이 다양한 남성성들은 지정 성별
여성 신체에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모두 ‘여성의 남성성’이며, 남성 신체와는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는 남성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퍼포먼스로 이 가능성을
실현함으로써 드랙킹들은 자신의 퀴어한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긍정하거나, 공연을 통해 습득한 새로운 젠더 표현 방식을 일상에서도 실천하게 되었다. 올헤
일은 매우 제한된 커뮤니티 안에서 공연을 홍보함으로써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공연의 복잡한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퀴어 페미니스트 관객을 모집했으며,
관객과 퍼포머의 이런 유사성은 공연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퍼포머가 공연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정화효과를 얻거나 이행한 것처럼,
관객 또한 공연을 보며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몸과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념이 흔들리는 문지방 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관객들은 드랙킹 퍼포머들이
공연에서 표현하는 여성 신체에 대한 긍정, 여성의 남성성, 다양한 종류의 섹슈얼리티 표현에 큰 감화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역치성을 느끼고 공연 후 다른 상
태로 이행하게 되었다.
드랙킹 공연은 지정 성별 여성 퀴어가 평소에 자신의 신체에서 억압되었던 남성성을 표현한다는 공연이라는 점, 숙련이 필요한 전문성 있는 공연이 아닌, 자
신의 정체성과 남성성에 대한 컨셉을 갖고 짧은 기간 내에 연습하여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중문화와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대중 문
화가 그 전문성과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고정적이며 창작자과 수용자 사이의 거리가 비교적 멀다면, 드랙킹 공연은 그 아마추어성과 퀴어 여성의 문화라는 특
수성 때문에 퍼포머와 관객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깝고 언제든 뒤섞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드랙킹 공연에서는 일시적으로 퍼포머와 관객 사이에
매우 강렬한 대항공중이 형성되며, 젠더를 패러디하고 전복하는 공연의 특성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교육과 이행의 효과를
발휘한다.


지도교수 김현미

키워드: 드랙킹 ;  드랙 ;  퀴어 ;  페미니즘 ;  탈동일시 ;  레즈비언 ;  수행성 ;  사건으로서의 퍼포먼스 ;  여성의 남성성 ;  퀴어 페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