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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1 이민경 메갈리아 이후 여성에 동일시한 여성들의 생애 이행
작성일
2022.11.18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본 논문은 한국사회에서 2015년 중반 이후 확산된 페미니즘 담론과 실천을 경유한 여성들의 경험을 분석한다. 이전까지 온라인 공간은 강력한 남성중심성으로 인해 여성 혐오가 만연하였고, 남성이 발화를 독식하는 장이었다. 그런데 2015년 8월, 여성들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를 생산하는 기존의 언어구조를 모방하되 주체와 객체의 성별을 뒤바꾸는 언어규칙을 공유하였다. 온라인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중 심으로 발명된 언어는 여성혐오를 거울에 비춘 듯 뒤집는다는 의미에서 ‘미러링’이라고 불린다. 침묵하였던 여성들은 미러링을 계기로 여성이 주체로서 보편을 점하는 언어를 경유하여, 남성의 시선에 동일시하지 않는 말하기를 시작하면서 드러낼 수 없었던 물질 적 몸 경험을 집합적으로 공유했다. 본 논문은 페미니즘 담론을 확산하며 변화한 여성 들의 경험을 탐구하면서, 이들이 여성동일시를 새로운 인식론적 선택지로 받아들였음에 주목했다. 여성동일시를 경유한 여성들은 페미니즘 담론을 확산하고, 가부장제 제도의 종식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기획을 추동하였다. 해당 기획은 2018년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불편한 용기’와 낙태죄 폐지 시위의 동시다발적 조직과, 같은 해 규범적 여성성을 거부 하는 탈코르셋 운동과 이성애 제도에 기반한 소위 ‘정상가족’을 해체하는 4B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본 논문은 여성을 주된 참조체계로 삼은 여성들이 이성애 구조를 문제시 하고 이로부터 이탈하는 과정을 레즈비언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살폈다. 여성들은 이성애 구조를 문제시하는 담론을 확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추동하는 과정에서, 이성애를 비자연화하고 자신의 생애서사를 비이성애적으로 재구성 했다. 이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열린 페미니즘 행사를 참여 관찰의 장으로 삼아, 행사에서 만난 2-30대 연구참여자 1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여성동일시를 경험하고, 페미니즘 행사에 참여하는 등 페미니스트 집단을 주요 참조체계로 삼아 일상을 적극적으로 재조정했다는 점에서 공통되나 섹슈얼리티와 정치적 지향은 단일하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밝힌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메갈리아가 등장하며 여성혐오를 모방 해 만든 ‘남성혐오’의 정동은 이성애 각본을 수행하는 동안 숨겨야 했던 여성들의 저항 의사와 거부감을 표면화했다. 직감을 감추는 방식으로 이성애 구조에 편입하고자 한 여 성들은 여성동일시를 거치며 이전까지 언어화할 수 없던 폭력과 착취의 경험뿐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불만족하고 불유쾌한 감정을 드러내었다. 이성애 각본으로부터의 이탈을 목표로 하는 탈코르셋과 4B운동은 구조가 발휘하는 힘에 대항해 이성애 관계를 단절하는 변화와 그에 따른 일상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했 다. 두 운동이 2018년 전폭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불법촬영이 당해 주요한 의제로 부상 하면서 관련 시위가 잇따른 배경이 존재한다. 불법촬영을 문제시하는 과정에서, 여성들 은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이익을 위하여 전유되는 이성애적 경제를 노골화하고 이에 대 한 해결을 촉구했다. 여성들은 연속체적 실천에 동참하면서 이성애중심적 생애기획에서 이행하여, 여성 간의 확장적 관계를 경험하는 등 남성과의 관계를 상대화한 경로를 다 양하게 구성했다. 비이성애적으로 생애를 이행하는 여성들의 변화를 레즈비언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하는 본 연구는 본질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대신, 주변화되고 사소화되었 던 여성 간의 관계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경로로 부각하고자 한다. 레즈비언을 비가시화하고 금기시하는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레즈비 언 경험을 독해할 수 없거나,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기피하며 이성애자로 수행하 였다. 그러나 이들은 페미니즘 담론과 실천을 경유하며, 과거 남성과의 관계에서 정상성 을 수행하기 위해 내린 결정을 인위적으로 부각하고 해당 관계를 적극적으로 무화했다. 이성애가 도전받는 변화는 이성애 규범에 편입하기 이전 여성 간에 존재했으나 의미를 얻지 못했던 친밀성 및 섹슈얼리티 관계를 드러내고, 여성 간의 확장적 관계를 새롭게 경험한 양상과 맞물린다. 이들의 변화는 자연화되었다고 간주된 이성애를 비자연화하고, 과거 고정되고 본질적이라 여겨진 레즈비언 정체성의 구성성에 대한 경험적 이해를 포 함한다. 레즈비어니즘은 이성애 관계에 대한 상상이 지배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부 장제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애기획을 이탈해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페미니스트 적 열망을 보다 용이하게 실현하는 통로로 기능했다. 본 논문은 주변화된 객체로 위치했던 여성들이 주체를 점하는 언어를 획득함으로써 여성동일시의 인식론적이고 실천적 위치를 의미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성애 구조로부터 의 이탈을 적극 도모하는 레즈비언 페미니즘 관점에서 이들의 경험을 해석할 때, 남성 과의 관계로 정의되지 않는 존재로 변모한 이들을 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핵심되는 말 : 메갈리아, 페미니스트 언어, 여성 동일시, 레즈비언, 페미니즘, 생애 이행, 이성애, 탈코르셋


지도교수: 김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