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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3 강유민 청년여성의 집꾸미기와 성별화된 플랫폼 경제 :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 중심으로
작성일
2023.03.23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본 연구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디지털 노동에 대한 거시적인 비판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의 20-30대 청년여성들이 커머스 플랫폼과 맺는 관계를 경험적으로 분석해 플랫폼 자본주의의 성별화된 작동 방식을 고찰한 문화기술지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사례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다. 2022년 기준 앱 다운로드 2,500만을 넘기며 성장 중인 ‘오늘의집’은 여성 사용자의 비중이 큰 플랫폼이다. ‘오늘의집’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 이하 UGC)인 온라인 집들이를 커머스와 연결해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플랫폼은 UGC 제작자에게 주목(attention)을 부여하는 전략을 통해 사용자가 소비자, UGC 제작자, 커뮤니티 멤버라는 다중적 위치 사이를 이동하게 만든다. 플랫폼은 참여자의 위치와 역할을 이동시키면서 UGC를 획득하고, 참여자는 UGC 제작의 대가로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주목을 획득한다.


본 연구는 플랫폼 자본 창출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젠더화된 디지털 노동에 주목해 어떠한 삶의 조건 속에서 누가 주목을 열망하며 플랫폼 경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지 그리고 플랫폼은 어떻게 이들의 자발성을 포섭하는지 분석한다. 1인 가구 청년 여성이 플랫폼 UGC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집꾸미기 문화 확산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고려해, 연구자는 2022년 2월부터 9월까지 집꾸미기 UGC 제작자 1인 가구 청년 여성과 콘텐츠 소비자, 그리고 커머스 종사자 총 19명과의 심층 인터뷰와 ‘오늘의집’ 플랫폼과 인스타그램에서의 디지털 참여 관찰을 수행했다.


연구자가 만난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에게 집꾸미기 실천은 독립적인 자아 표명이자 ‘취향’을 형성해 나가는 홈메이킹(home-making)의 작업이었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과정을 유보하지만, 직업을 통한 정체성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기에 일터 밖의 집을 꾸미는 행위를 통해 디지털 주목 경제에서의 퍼스널 브랜딩을 시도한다. 이들은 플랫폼으로부터 부여받은 주목, 인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확보해나간다. 이들은 공적 및 사적 자아 기획의 딜레마를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청년 여성의 사회적 조건과 열망이 플랫폼 자본주의로 접속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본 연구는 성별화된 플랫폼 경제의 작동 방식을 주장한다. 첫째, 플랫폼 경제는 사용자의 젠더 수행성과 밀접한 친화력을 맺으며 성별화된 가치, 지식,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플랫폼의 자본화 과정에 착취되는 디지털 노동이 성별화된 가치, 지식,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작동하기에 플랫폼은 성별화된 디지털 노동을 기반으로 젠더 수행성과 관계 맺으며 이윤을 창출한다. 둘째, 플랫폼은 정동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이를 도구화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커뮤니티는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재미, 만족, 인정을 선사하는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보이는 플랫폼 내 커뮤니케이션들, 예를 들어 다정한 말투나 문체들은 여성이 다수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성별화의 결과가 아닌 플랫폼의 적극적인 기획과 전략 아래 구성된 것이다. 셋째, 플랫폼은 여성에게 능동적인 생산자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능동적인 소비자를 구축한다. 플랫폼이 UGC 제작에 투여되는 수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비가시화하고 홍보콘텐츠 제작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청년 여성에게 전가하기에, 소수의 성공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청년 여성들은 소비자본주의로 포섭된다.


본 연구는 ‘오늘의집’ 플랫폼 사례를 통해 디지털 경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이 실제로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 및 수행되고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자발성과 보상, 주목 경제, 정동 상품화, 사회적 공장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경제 이론적 논의를 구체화 및 확장하는데 기여한다. 참여자의 활동을 데이터화 혹은 무급으로 착취해서 이윤을 창출한다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접근으로는 신자유주의, 젠더, 행위자성과 얽히면서 이윤을 창출해내는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 및 비판이 불가능하다. 이에 본 연구는 사회적 구조와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발적으로 디지털 노동을 수행해나가고 있는 행위자들의 삶의 경험에서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핵심되는 말: 플랫폼 자본주의, 주목경제, 디지털 노동, 젠더, 오늘의집, 집꾸미기, 프리노동, 디지털 에스노그라피, 커머스 플랫폼



지도교수: 김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