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석사 2023 Imazu Yuri 동물보호 활동의 양가적 가능성: 일본 양로목장 및 생추어리 사례를 중심으로
- 작성일
- 2023.03.23
- 작성자
- 문화인류학과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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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일본 양로목장 및 생추어리에서의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동물보호 활동의 정치 및 윤리적 함의를 탐구한다. 본 연구가 현장으로 삼는 곳은 하나의 양로목장과 오래 양로목장으로 운영된 후 생추어리로 개칭한 목장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양로목장이 본 연구의 중심적인 현장이다. 생추어리는 축산 현장에서 구출된 동물을 보호하는 ‘피난처’로 종종 동물권 운동의 일부로 간주된다. 한편, 양로목장이란 일본의 거대 경마 산업이 ‘부산물’로 만들어내는 은퇴한 경주마를 평생 사육하는 목장이다. 본 연구는 동물권 운동과 동물보호 활동 사이의 차이에 주목한다. 동물권 운동이 ‘모든 동물’을 해방시키는 것과 억압의 원인을 없애는 데 관심을 갖는다면 동물보호 활동은 ‘지금 이곳’의 동물을 살리는 데 주력해 ‘더 많은’ 동물을 보호하려고 시도한다. 동물권 운동과의 친연성 때문에 생추어리에서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경마 산업 속에서 출현한 양로목장은 이러한 차이를 가시화한다. 또한 일본에서의 이러한 동물보호 활동의 계보와 전개는 미국에서 생긴 생추어리라는 동물보호 활동의 ‘확대’라는 그림을 복잡하게 만들며 축산 동물보호 활동의 지역적·맥락적 복수성을 드러낸다.
산업 내부 및 외부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도박’인 동시에 ‘스포츠’이자 ‘오락’인 일본 경마 산업은 크나큰 경제 규모 및 문화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경마 산업 복합체’로 특징 지어진다. 경마 산업 복합체와의 관계는 양로목장에서 돌봄을 형성한다. 경마 산업 복합체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상품’으로서의 말을 ‘보호’하는 에덴 양로목장에서는 마방 사육을 기반으로 한 개별 집중적인 돌봄이 이뤄진다. 한편, 말의 ‘상품’ 지위에 저항하여 경마 산업 복합체와의 얽힘도 느슨한 피카부 생추어리에서는 말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돌봄이 이루어진다. 돌봄에서의 말들과 얽힘은 각각 목장에서 특유한 형태로 나타나는 배제 또한 수반한다. 본 연구는 양로목장을 구성하는 공간 및 다른 말들, 그리고 인간과 정동적 얽힘에도 주목하는데, 말들이 이러한 정동적 삶을 살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 또한 정동이다. 즉 인간과 말을 비롯한 동물 간의 정동적 얽힘이다. 이는 에덴 양로목장의 대표 하라다씨와 피카부 생추어리의 대표 포포씨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말을 비롯한 동물과의 만남을 통해 “분절화”되고 말과 “함께-되”어간다.
여기서 본 연구에서 주장하는 동물보호 활동의 양가적 가능성이 부각된다. 동물보호 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게 만들면서 동물들 앞에 멈춰 서게 하기도 한다. 구조돼야 할 동물들이 끊임없이 생기는 상황에서 지금 있는 동물들을 돌보고 미래에 오게 될 동물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 보호 활동의 에너지는 사용된다. 그것은 확장적 정치를 어렵게 하고 큰 자기 희생도 수반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행동을 일으키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동물이 그 이상의 것들을 주기 때문이다. 동물들 곁에 있음, 즉 인간-동물의 인터페이스가 늘어남에 따라 인간은 더 많은 놀라움과 만나면서 궁금해 하는 주체가 된다. 이 윤리적 과정을 통해 이들은 삶을 의미화하며 그것을 살 만하게 만든다. 삶이 살아질 수 있을 때 모든 정치와 윤리는 가능하다. 이것이 확장적 정치 측면에서 양가성을 내포하는 동물보호 활동이 역시 어떤 정치적 가능성을 갖는 이유이다. 본 연구는 동물보호 활동이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활동임을 넘어, 동물에 의해 ‘보호’ 받고 함께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스스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활동임을 시사한다.
핵심되는 말: 양로목장, 생추어리, 경마 산업, 동물 산업 복합체, 정동, 돌봄, 인간-동물 관계, 다종적 민족지, 분절화, 얽힘과 배제
지도교수: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