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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3 황영선 여성 갱년기 의료화와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정동경제
작성일
2023.09.27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본 연구는 생의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여성 갱년기 의료화가 ‘치료’에서 ‘관리’의 차원으로 확장된 한국사회 지형을 살핀다. 2000년대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 발견 이후 갱년기 의료화의 지형은 각종 만성질환과 함께 논의되며 ‘관리’의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건강에 관한 인식의 변화와 갱년기 의료화의 확장 과정에서 한국은 미디어와 의료가 결합된 형태로 여성 개인의 소비를 추동하는 경제적 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갱년기 건강을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강화하며 여타의 의료 행위 및 유사 의료 행위를 포괄하며 개인화된 소비를 이끌어내는 경제적 장을 ‘의료소비시장’으로 정의한다. 의료소비시장은 공적의료체계의 과학성이라는 원리를 차용하여 치료와 유사한 형태로 건강을 소비를 통해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는 것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의료소비시장에는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과 함께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 의료기기 등이 포진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갱년기 경험이 야기하는 불확실성의 감각이 의료소비시장에서 중요한 경제적 동력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주목한다.

연구자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의료진을 비롯해 갱년기를 경험한 여성들, 갱년기 및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의료소비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인, 마케터 등과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대한폐경학회 현장 참여관찰을 진행하였다. 갱년기를 겪는 여성의 경우 아직 완경하지 않은 참여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전에 증상이 나타났던 참여자, 자궁절제술로 갑작스레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 참여자를 모두 포함하였다.


본 논문을 통해 밝힌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갱년기 의료화 담론이 ‘치료’에서 ’관리'의 차원으로 변화한 상황적 맥락을 분석하였다. 일제강점기 생의학에 기반해 여성 건강을 생식 능력과 결부된 것으로 이해하는 생의학적 가치관의 도입은 갱년기 여성의 상태를 ‘부인병'의 일환으로 다루며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상태로 의미화했다. 이후 여성의 갱년기는 임상시험과 수치에 기반해 감소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방식으로건강을 회복하는 의료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호르몬 요법 부작용이 암 발병률이라는 수치의 형태로 드러난 임상 연구 결과 발표 이후 ’갱년기 치료'는 골다공증, 심혈관계질환과 같은 만성질환과 함께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장되었다. 갱년기 의료화의 확장은 관련 상품의 다원화를 야기했다.

둘째, TV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한 미디어 매체가 의료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로 건강과 갱년기에 관한 지식을 생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며 생의학의 미디어화(biomediatization)를 주도하는 양상을 분석했다. 한국은 미디어 매체와 의료진, 의료소비시장이 결합된 형태로 갱년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주조하고 있었다. 미디어에서 갱년기를 겪는 중년 여성은 건강에 위기를 맞는 존재이자 노년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의료 소비를 하는 주체로 그려졌다. 젠더화된 여성 생애주기 담론을 바탕으로 갱년기 중년 여성은 미디어 매체와 의료소비시장의 주요한 소비 주체로 소환되었다.

셋째, 갱년기를 경험하는 여성들이 불확실성의 감각을 자원화하는 의료소비시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의미화 하는지 분석하였다.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은 건강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를 실천하며 갱년기 건강이라는 가치를 획득하거나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기반의 대응은 갱년기를 문제적인 것으로 또는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축소하고 노후에 대한 젠더편향적 관점을 강화시키며 여성 건강에 관한 다원화된 논의를 어렵게 하고 있었다.


핵심 되는 말 : 갱년기, 갱년기 의료화, 중년 여성, 건강, 자기관리, 의료소비시장, 건강기능식품, 불확실성, 정동



지도교수 : 서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