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석사 2024 김소윤 난민과 선주민의 접촉지대로서 국내 난민 액티비즘의 구성
- 작성일
- 2024.09.05
- 작성자
- 문화인류학과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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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난민과 선주민이 어떻게 만나고 상호작용하면서 난민 액티비즘을 구성하는지를 분석한 문화기술지이다. 난민 액티비즘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에서 살펴본 액티비즘 활동 또한 수많은 형태 중 일부분이다. 지금까지 국내 난민 운동은 각국에서 온 난민들이 본국의 정치적 변혁을 위해 국내에서 펼쳐 온 초국가적 운동, 또는 국내 난민 지원활동가들이 주도하는 법제 관련 운동과 인권옹호 활동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의 활동은 난민법 제정과 난민들의 열악한 처우를 위해 관련된 제도 마련 등의 성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난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무지와 무관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8년 '예멘 난민 사태' 이래로 난민 반대 정서가 팽배해지고, 부정적인 난민 담론이 형성되면서 난민에 관한 시민 인식 제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난민은 유입국에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오는 존재로 오해받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저마다 다른 이유로 난민이 되기에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난민과 선주민이 함께 구성하는 난민 액티비즘 활동은 그러한 다양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시민과 난민을 직·간접적으로 연결하는 형태의 액티비즘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그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탐구했다.
현장 연구에서 연구자는 시기별로 다른 경로를 걸어온 세 단체의 난민 액티비즘 활동을 참여관찰했다. 그리고 활동에 참여하는 난민과 선주민의 구체적인 경험을 담아내기 위해 16명의 주요 연구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했다. 본 연구에서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난민됨을 드러내면서 액티비즘 활동을 실천하는 난민들을 '활동하는 난민'으로 칭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기존의 난민 지원활동가를 '선주민 활동가'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한국 사회와 난민을 연결하는 활동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이질적인 두 집단의 사회적 만남의 장을 접촉지대라는 개념으로 분석하였다. 난민들은 한국 사회와 다른 시간성을 갖고 번역되기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기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선주민과 함께 만들어 낸 소통의 장에서 활동하면서 말할 수 있는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선주민 활동가들 또한 난민들의 입체적인 면모를 한국 사회에 보여주고자 하며, 그렇기에 단수가 아닌 복수의 난민들과 함께 활동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액티비즘 활동을 통해 만나는 난민과 시민의 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난민과 선주민 활동가들의 협력과 교섭을 포착하였다. 한국 사회와 난민의 만남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언어적 소통에서 한계를 갖는 난민들은 주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접근을 통해 다수의 시민과 접촉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차원으로 학생들에게 난민에 관해 강의함으로써 젊은 세대로부터 인식 변화의 가능성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방적인 말걸기에서 나아가지 못할 때도 있기에, 연구참여자들은 양방향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활동하는 난민들은 때로는 소통에서 충돌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 따라 다른 말하기 방식을 구사하는 전략적인 행위자가 됨으로써 활동에서 주체성을 발휘한다. 선주민 활동가는 시민과 난민 사이에서 통역을 넘어선 문화적 맥락까지 전달하는 문화번역자로서 역할하고 있고, 난민과 함께 그들의 서사를 재구성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액티비즘 활동은 일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만 동시에 활동의 주체인 난민과 선주민 활동가들의 접촉과 상호작용에서도 영향을 발휘한다. 난민과 선주민 활동가는 대개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라는 일방적 관계로 상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액티비즘 활동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상호인정을 통한 동료 되기로써 또 다른 차원의 난민 액티비즘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그 관계 맺기는 쉽지 않고 난민과 선주민 활동가 관계의 비대칭성 여전하며, 때로 난민들은 반복되는 활동에 소진되기도 한다. 액티비즘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지향의 차이는 하나의 의제와 활동으로 모이기 힘들다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그럼에도 난민 액티비즘은 다양한 활동 안에서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또 다른 액티비즘 활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는다.
난민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서는 시민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실천에 주목하는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난민과 시민 사이의 본질적인 비대칭성을 넘어서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이들이 만남을 이루는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실천 과정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로 피해자나 수동적인 존재로서 난민을 재현해 온 기존의 연구나 담론과 달리, 적극적인 행위자로서 주체적인 활동가로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난민의 삶에 대해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난민 액티비즘의 현상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활발히 생성되고 있는 활동 중 하나라 보며, 나아가 난민과 시민의 상호적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바람직한 사회통합은 난민과 선주민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이루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변화의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난민과 선주민의 만남과 소통, 갈등과 타협, 상호인정과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첫 단계로써 접촉지대의 형성과 이러한 활동의 지속은 난민에 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의 요청으로 끝나선 안되며, 이들의 액티비즘 활동만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 또한 충실하고 민감한 듣기와 응답의 윤리를 발휘해야 하며, 난민을 상호인정과 사회통합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핵심되는 말: 난민, 활동가, 난민 액티비즘, 난민 운동, 인권 활동, 접촉지대, 문화번역자, 다문화주의, 상호인정, 사회통합.
지도교수: 김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