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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사 2024 박성준 야생동물 구조·치료 실천에서 발생하는 공생공락의 윤리: A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례를 중심으로
- 작성일
- 2024.09.05
- 작성자
- 문화인류학과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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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치료 활동에 관한 문화기술지로,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자연에 방생하여 개체수를 유지하고자하는 국가의 자연보전 정책 속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며 어떤 방식으로 공생공락(conviviality)의 윤리와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 공생공락의 윤리란 자연보전과 도시공간을 연구해온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개념으로, 도시를 인간의 공간으로 그 외 공간을 자연의 공간으로 보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 대신 공간을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보전은 더 이상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순수한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실천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연구자는 A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사례를 통해 구조·치료 활동이 어떻게 야생동물을 이해관계와 목소리를 가진 사회적 존재로 재연해내는지 살피며 윤리적 가능성과 한계를 고찰한다.
연구현장은 A지역에 위치한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구자는 2023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6개월간 현장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자원봉사자로 A센터의 구조·치료 활동에 참여하여 조난당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그들을 치료해 자연에 방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을 포착하고 연구 참여자들이 이를 넘어서기 위해 수행하는 대안적 실천들을 분석했다.
본론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설립 과정을 야생동물보호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살피며 생명정치적 기획 속에서 생겨난 기관임을 밝힌다.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야생동물보호 정책은 수렵 규제 중심에서 1990년대 다양한 자연보전 협약에 가입하면서 생물다양성보전 정책으로 재구성된다. 1980년대부터 민간단체와 지역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야생동물구조·치료 활동은 2000년대부터 정부의 주요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으로 도입되며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야생동물의 유전정보와 질병 정보 등 동물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기술과 제도가 중요한 야생동물보전 정책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구조·치료 활동은 동물의 신체로부터 증상을 읽어내고 회복 가능성을 판단하여 돌봄과 죽임을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동물에 대한 모든 개입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행위로 안락사를 통해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 책임 있는 돌봄으로 정당화된다.
3장에서는 A센터에서 구조·치료 활동이 수행되는 과정에 주목해 인간-야생동물 사이의 돌봄이 보살핌과 해침의 얽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적, 정서적 거리두기와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돌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침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실천은 야생동물을 ‘자율적 삶을 가진 존재’로 성장시키며 인간은 동물의 고통에 예민한 몸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특정 종을 돌보는 실천은 먹이가 되는 동물과 곤충을 죽이거나 회복 불가능한 개체를 안락사하는 해침 속에서 이루어지며 윤리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구조 현장에서 야생동물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며 구조·치료 활동이 야생동물의 생명을 보전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야생동물의 조난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활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4장에서는 A센터의 홍보, 교육, 구조 활동에 주목해 야생동물구조·치료 활동이 어떻게 야생동물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는지 보여준다. A센터 직원들은 죽은 동물의 사인을 정확하게 밝히고 기록하며 이를 통해 유리창 충돌, 농수로 고립사고 등 동물의 삶을 위협하는 경관을 바꾸도록 법과 제도를 변화시킨다. 또한 죽은 동물의 신체를 박제로 되살리는 활동을 통해 동물의 고통을 재연한다. 박제동물은 다양한 교육, 홍보활동에 함께 하며 관람객들의 정서와 신체를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전통시장의 제비와 상인들 사이에서 구조 활동과 조사 활동을 벌이는 연구 참여자들의 사례에 주목하여, 이러한 실천이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돌봄 관계를 번성시키는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현장에서 생성되는 인간-비인간 관계와 윤리를 분석함으로써 다종연구의 논의에 기여한다. 야생동물구조·치료 활동은 의료적 돌봄을 통해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보전한다는 생명정치적 기획 속에서 생겨났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동물을 돌보며 맺는 신체적, 정서적 관계와 다양한 동물이 처한 취약한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서 자신의 업무를 윤리적 활동으로 확장한다. 연구는 비인간에 대한 제도화된 개입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내며 돌봄을 수행하는 당사자가 이를 어떠한 형태로 경험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인간-동물의 윤리적 관계가 신체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해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되는 말 : 다종민족지, 생명정치, 돌봄, 동물 연구, 야생동물, 공생공락의 윤리, 안락사, 박제
지도교수: 최명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