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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4 최가영 젠더이원체계에서 모호한 몸으로 살기: 트랜스남성의 일상적 젠더수행과 몸 경험
작성일
2024.09.05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이 연구는 이원 젠더 체계 안에서 살만한 삶을 모색하는 트랜스남성의 일상적 분투를 다룬다. 트랜스남성은 법과 의학이 지정한 젠더를 떠나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몸을 부정하는 지배적 젠더 규범과의 불화를 경험한다. 몸은 타인과 마주하며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고 일상 세계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기반이지만, 이원 젠더 체계와 불화하는 몸을 가진 이들에게는 삶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동한다.

 이 연구는 트랜스남성의 일상적인 젠더 수행 경험을 통해 이들 삶에 실질적인 불평등을 야기하는 이원 젠더 체계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트랜스남성이 감수하고 있는 몸의 자기 규율과 조정의 과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트랜스남성의 몸이 국가, 타인,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 안에서 이원 젠더 체계가 어떠한 제약을 만들어내는지 분석하고, 각각의 층위에서 이들이 어떻게 젠더 규범과 타협하고 협상하며 몸을 조정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자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에 걸쳐 트랜지션 의료를 경험한 20대-50대 트랜스남성 및 논바이너리 연구참여자 8명을 만나 심층면접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원 젠더 체계는 출생 시 지정된 법적성별만을 한 사람이 체현할 수 있는 유일한 젠더라고 강제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젠더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다. 이러한 제도적 조건 하에 트랜스남성들은 살만한 삶을 꾸리기 위한 성별정정을 계획한다. 이들은 의료적 조치 여부에 따라 법적 지위에 차등을 두는 성별정정 지침에 따라 의료적 조치를 감행하는 한편, 지침이 요구하는 의료적 조치를 모두 이행할 때까지 법적 지위와 일상적 젠더 표현의 불일치에 따르는 불안정성을 떠안게 된다. 동시에 트랜스남성은 성별정정 ‘중’인 과도기적 시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동 경로를 찾고 성별정정 지침의 예외적 허가 판례를 만드는 개인화된 협상력을 발휘한다.

 둘째, 이원 젠더 체계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지배적인 젠더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다양한 젠더 수행을 ‘진짜’ 섹스를 가장하거나 속이는 일로만 의미화한다. 트랜스남성들은 패싱에 실패했을 때 직장과 학교에서 다른 이들을 ‘속이는 사람’으로 간주되고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비적인 불안과 긴장을 경험한다. 트랜스남성들은 의료적 트랜지션 이후 패싱의 수월함에 관해 말하지만, 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사회적 삶을 위협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일상 속 보여 지지 않는 영역에서 부단히 자기 몸을 규율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성취이다. 지배적 .젠더 규범은 트랜스남성이 자신의 몸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들릴지를 끊임없이 신경 쓰게 함으로써 일상을 편안하게 영위하기 어렵게 한다. 주의의 분산과 일상적 피로는 젠더 이원 체계가 만들어내는 몸의 경험이다.

 셋째, 이원 젠더 체계는 트랜스남성이 지정 받은 젠더에 기대되는 것과는 다르게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는 방식에 관여한다. 모든 사람들의 몸을 여성과 남성 중 하나로만 반복적으로 의미화하는 이원 젠더 체계는 트랜스남성이 체현하는 젠더를 부정한다. 예를 들어 ‘여성’임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지는 신체부위인 가슴은 트랜스남성들에게 있어 움직일 때마다 그 물성을 통해 지정성별을 상기시킨다. 이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랜스남성들은 특정한 움직임과 시선을 습관으로 체득하기도 한다. 탑수술은 자신의 몸과 새롭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경험된다. 트랜스남성들에게 탑수술은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보거나, 몸을 기록하는 사진을 찍는 실천들을 해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일상 세계와 몸이 관계 맺는 방식의 물질적 변화로서 습관의 변화는 트랜스 남성들이 사회적 삶에 참여하는 ‘다른’ 가능성을 몸을 통해 알아차리는 일이다.

 트랜스남성들은 자신의 몸을 부정하는 견고한 이원 젠더 체계 안에서 부단히 몸을 조정하고 때때로 물리적으로 몸을 변형하며 더 나은 삶의 양식들을 모색한다.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가 일상적 시공간 안에서 수행하는 몸의 분투를 주목해야한다고 제안한다.


핵심되는 말: 트랜스젠더, 트랜스남성, 논바이너리, 젠더이원체계, 젠더 규범, 몸, 젠더수행, 자기감시, 젠더 체현, 탑수술.


지도교수: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