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석사 2025 임지선 영화제 자원봉사자와 스태프의 젠더화된 노동 - 2030 여성 노동 경험을 중심으로 -
- 작성일
- 2025.03.24
- 작성자
- 문화인류학과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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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질적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 또는 스태프로 일하는 20, 30대 여성의 노동 경험을 탐구하는 문화기술지이다. 한국 영화제는 해마다 100여 개가 개최될 만큼 규모가 크며,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고 실현하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와 스태프가 동원되고 있는 만큼 영화제에 투입되는 노동력 역시 막대하다. 그리고 영화제가 필요로 하는 저임 및 무임 노동력 대부분을 20, 30대 여성들이 스태프나 자원봉사자가 되어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제 노동은 특정 세대와 성별이 집중되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영화제 관련 담론에서 영화제 노동에 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수많은 20, 30대의 청년 여성이 수행하는 영화제 노동에 관한 연구가 불충분하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본 논문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들을 개별적인 축제의 장으로 다루기보다는 수많은 영화제가 하나의 산업을 이룬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영화제를 광범위한 노동의 장으로 파악하며, 영화제에서 세대와 젠더 그리고 불안정 노동이 어떻게 교차적으로 구조화되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일터로서의 영화제와 영화제 노동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영화제 방문을 목표로 삼고 총 7개의 영화제에서 참여관찰을 수행하였다(2023.08~12, 2024.05). 그리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총 18명의 영화제 노동자(자원봉사자, 스태프, 프로그래머)와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2022.05~06, 2023.10~2024.08).
국내 영화제는 국고 및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재정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예산 확보를 위한 영화제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영화제는 존속을 위해 양적 성장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영화제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 역시 증가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영화제는 노동자를 충분히 고용하거나 합리적으로 임금을 지불하기 어려워지며, 노동 공백을 자원봉사자의 무급 노동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영화제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함으로써 정부와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맺게 되며, 특히 조직 내 정치인 집단의 강한 인사권은 영화제 인력 구조가 성별, 연령, 고용 안정성에 따라 위계적으로 이분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제 조직 상부는 30, 40대 정규직과 60대 당연직 및 임기직 남성의 비중이 높은 반면, 하부는 20, 30대 비정규직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위계적으로 이분화된 구조는 2030 여성에게 승진을 통한 수직 상승의 기회와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세대 및 젠더 불평등 (재)생산한다.
영화제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축제라는 프로젝트 중심 노동 특성과 맞물리면서 영화제 인력 구조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영화제가 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선택하는 단기 계약 중심의 고용 형태로 인해 2030 여성 스태프는 취약한 노동 조건과 고용 불안정성을 겪게 된다. 또한 계약에 따른 고용 분절로 인해 경력자의 지식과 능력이 축적되지 못하게 되면서 축제 업무의 불예측성과 위기 상황이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조직 내 가장 아래에 위치한 2030 여성 스태프가 영화제 산업이 지닌 위기와 불안을 흡수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떠맡게 된다. 그리고 2030 여성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는 ‘희망 노동(hope labor)’, ‘심미 노동(aesthetic labor)’, ‘정동 노동(affective labor)’,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젠더화된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여성 자원봉사자는 은 영화 및 문화산업 내 진로 탐색과 경력 쌓기의 일환으로 영화제 봉사 활동을 선택하며, 현재의 무급 노동이 미래의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 상상하며 '희망 노동'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여성 스태프는 전문성과 경력을 쌓기 위해 영화제를 통한 빠른 노동시장 진입을 선택한다. 2030 여성은 경쟁적인 선발 시스템, 경제적 불안정성, 승진 불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전략을 실천하며, 자발적 또는 타의적 ‘심미 노동’과 ‘감정 노동’을 수행한다. 동시에 이들은 ‘정동 노동’을 통해 영화제의 사회문화적 가치 생산에 기여하며, 일터에서 동료애와 소속감을 경험하며 영화제 일을 지속하는 동력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2030 여성 사이에서 형성되는 동료와의 유대감은 영화제의 구조적 문제에 변화를 만들고, 젠더 불평등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저항의 시작점이다.
본 논문은 영화제 노동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화제를 노동의 장으로 분석하고, 대규모 노동 인력으로 일하고 있는 2030 여성의 노동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2030 여성의 노동 경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료애와 소속감이 나이와 직급을 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될 때, 영화제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고 젠더 불평등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정치적 힘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논문의 분석은 문화산업 내 다른 직종에서도 발견되는 노동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화산업 노동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키며, 여성에게 대안적 일자리로 간주되는 문화산업 노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페미니즘 연구에 기여한다.
핵심되는 말: 영화제, 영화산업, 문화산업, 자원봉사자, 청년 여성 노동, 젠더(불평등), 희망 노동(hope labor), 심미 노동(aesthetic labor), 정동 노동(affective labor), 감정 노동(emotional labor)
지도교수: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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